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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자사

고려청자 vs 중국 송대 도자기 – 비교 분석

비슷하지만 달랐던, 두 청자의 아름다움

고려청자와 중국 송대 도자기는 동아시아 도자사에서 각각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두 도자기는 모두 청자 계열에 속하면서도, 각기 다른 철학과 미학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이 글에서는 고려청자와 송대 도자기의 특징을 비교하며, 그 예술적 차이와 공통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역사적 배경 – 서로 다른 문명에서 피어난 예술

중국 송(宋)나라는 북송과 남송으로 나뉘며, 도자기 문화는 이 시기를 전후해 절정에 달했다. 송대는 문치주의를 바탕으로 사대부 문화가 번성했고, 자연과 단순미를 추구하는 성향이 도자기에도 반영되었다. 대표적인 도요지는 **정요(定窯), 관요(官窯), 여요(汝窯), 주요(珠窯), 자요(磁州窯)**로, 각각 독특한 색감과 유약 기법으로 명성을 얻었다.

한편, 고려청자는 10세기 초 고려 왕조의 성립과 함께 등장해 12세기 중엽에 전성기를 맞는다. 이 시기 고려는 왕실 주도의 귀족 사회였으며, 불교가 지배적 이념으로 작용했다. 청자는 강진과 부안 일대의 가마터에서 집중적으로 제작되었고, 불교적 상징성과 고유한 상감기법으로 독창성을 확보했다.


2. 기법의 차이 – ‘상감 vs 유약 표현’

고려청자와 송대 청자 모두 고령토와 고온 소성을 활용한 고급 도자기였지만, 기법 면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고려청자: 상감기법의 예술성
    고려청자의 대표적 특징은 ‘상감(象嵌)’이다. 무늬를 새긴 뒤 그 안에 흑백의 태토를 메워 문양을 강조하는 이 기법은 당시 중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고유한 방식이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문양에 깊이와 서정을 더해 회화적인 표현을 가능케 했다. 연꽃, 쌍어, 구름, 학 등 불교적·자연적 상징이 정교하게 구현되었다.
  • 송대 도자기: 유약의 절제된 미학
    송대 청자는 문양보다는 유약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특히 여요(汝窯)나 관요(官窯)의 경우, 표면에 잔잔한 ‘빙열(氷裂, crackle)’이 있는 옥색 유약이 특징이며, 그 미묘한 색감과 광택이 감상의 대상이 되었다. 절제된 문양과 간결한 형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가적 세계관과 연결되며, 사대부 계층의 미의식을 반영한다.

3. 문양과 형태 – 사유의 기물 vs 신앙의 기물

  • 고려청자: 신앙과 상징의 조화
    고려청자는 형태와 문양이 불교적 상징성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연꽃은 부처의 청정한 세계를, 쌍어문은 다산과 풍요를, 운학문은 극락세계와의 연결을 상징한다. 향로, 정병, 승반 등 의례용 기물도 다수 제작되었다. 이는 고려가 불교국가였음을 반영한다.
  • 송대 청자: 실용성과 철학의 미학
    송대 청자는 다관, 완, 병 등 일상용 기물로서의 실용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연에 대한 성찰과 내면적 미감이 깃들어 있다. 기물의 형태는 단순하고 절제되며, ‘비워진 공간’ 자체가 미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 같은 특성은 송대 회화나 문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4. 감상 태도 – 화려함과 정제의 경계

  • 고려청자: 감각적이고 회화적인 미감
    고려청자는 다채로운 문양과 섬세한 조각, 상감기법으로 보는 즐거움이 강한 도자기다. 문양을 따라 시선이 흐르고, 그 속에 상징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마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 송대 청자: 절제 속에 깃든 깊이
    송 청자는 오히려 ‘비움’을 통해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문양은 최소화되고, 색감과 질감이 중심이 된다. 담백한 아름다움 속에서 정신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여요나 관요의 옥색빛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이는 동양적 ‘여백의 미’와도 통한다.

5. 세계 도자사에서의 위상

  • 고려청자는 12세기 전성기에는 중국 사신도 감탄할 만큼 품질이 높았고, 고려만의 독창적인 상감 기법으로 세계 도자사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국보로 지정된 작품들이 다수 존재하며, 한국 도자문화의 정점으로 꼽힌다.
  • 송대 도자기는 중국 내에서도 ‘천하제일의 청자’라 평가받았고, 이후 명·청 시대 도자기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서구의 수집가들에게도 조기부터 알려지며, 동양 도자기 미학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6. 대표 유물로 보는 미학의 결정체

 고려청자와 송대 청자의 대표 유물을 통해 앞서 살펴본 특징들을 실물로 확인해보자. 각각의 유물은 시대의 미감을 집약하고 있으며, 서로의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  고려청자 대표 유물 3선
  •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국보 제68호, 12세기 후반)
    연한 비취색 유약 위에 상감기법으로 구름과 학 문양이 섬세하게 표현된 걸작. 구름은 극락세계를, 학은 장수를 상징하며, 불교적 이상향을 담고 있다. 고려 상감청자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손꼽힌다.
  • 청자 상감 국화넝쿨무늬 매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상감 백상감과 흑상감이 어우러진 국화넝쿨 문양이 어우러져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문양과 기형의 조화가 고려 중기 상감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 청자 오리모양 연적

청자 오리모양 연적

 오리 모양으로 만든 고려시대의 청자 연적으로 높이 8㎝, 너비 12.5㎝의 크기이다. 물위에 뜬 오리가 연꽃줄기를 물고 있으며 연잎과 봉오리는 오리의 등에 자연스럽게 붙어있다. 오리의 등의 연잎으로 장식된 부분에는 구멍이 있어서 물을 넣도록 되어있고, 연꽃 봉오리 모양의 작은 마개를 꽂아서 덮고 있다. 물을 따르는 부리는 오리 주둥이 오른편에 붙어 있는데, 이 부리가 연줄기에 달린 봉오리 끝으로 통했으리라 짐작되지만, 지금은 그 부분이 부서져 있어 원형을 확실히 알 수 없다.이 연적은 오리의 깃털까지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정교한 기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알맞은 크기와 세련된 조각기법, 그리고 비색(翡色)의 은은함을 통해 고려 귀족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  송대 청자 대표 유물 3선
  • 여요 청자 접시 (북송, 11세기)
    은은한 비취빛 유약에 짧은 굽, 얕은 형태로 단순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기물. 유약 표면에 얼음결 같은 빙열이 생겨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송청자 미학’의 상징적 유물로 평가된다.
  • 관요 청자 대완 (남송, 12세기)
    남송 궁중에서 사용되던 기물로, 옥색 유약에 넓고 깊은 대완 형태. 문양 없이도 유약의 두께, 흐름, 빛 반사만으로 시각적 깊이를 전달한다. 송대 청자의 절제된 정신성이 응축되어 있다.
  • 자요 청자 용문 병 (북송 말기)
    청자 바탕에 선각(線刻)으로 용 문양이 새겨진 병. 비교적 장식성이 강한 편으로, 다른 송대 청자보다 역동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고려의 상감문양과 비교해보면 각국의 문양 해석 차이가 느껴진다.

7. 경매 시장에서의 고려청자와 송대 청자

고려청자와 중국 송대 청자는 현대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그 희소성과 예술성 덕분에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려청자의 경매 사례

  • 청자 상감 주전자: 2025년 2월, 마이아트옥션에서 시작가 10억 원으로 출품되었어. 상감 기법과 조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국내외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2018년 서울옥션에서 16억 5,000만 원에 낙찰되며 국내 청자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어. 구름과 학 문양의 상감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청자 참외형 향로: 2004년 국내 경매에서 10억 9,000만 원에 낙찰되었어. 참외를 형상화한 독특한 형태와 연꽃 조형 장식이 인상적인 향로로, 불교 의례에서 사용된 기물이다.

 송대 청자의 경매 사례

  • 여요 붓 씻는 접시: 2017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4,310만 달러(약 431억 원)에 낙찰되며 중국 도자기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어. 900년 전 송대 여요에서 제작된 이 접시는 옥색 유약과 빙열 문양이 특징이야.

  • 남송 관요 청자 대완: 200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만 1,200달러에 낙찰되었어. 절제된 형태와 옥색 유약의 깊은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야.
  • 송대 용천요 청자 병: 202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2만 5,000달러에 낙찰되었어. 용천요의 전통적인 기법과 유약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야.

이처럼 고려청자와 송대 청자는 각각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현대 경매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특히, 상감 기법의 정교함과 유약의 깊은 색감은 컬렉터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